약속된 일주일 후. 정확히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서 켄마는 조용히 모습을 드러냈다. 어쩐 일인지 켄마의 표정에 사뭇 긴장감이 스쳤다. 반쯤 얼굴을 가린 부채로도 그 표정을 숨길 수는 없었다. 삽시간에 사람들이 켄마의 주위로 몰려들었고 매번 돈을 거둬오던 사내가 사람들 틈에서 무거운 표정으로 켄마의 앞에 다가섰다. “저어…이보게.” “망설이시는 것을 보니 ...
♪ bgm (https://youtu.be/EuSmZzLG1xI) “옛 이야기를 하기에 아주 좋은 날씨로군.” 거리로 나선 켄마가 제 얼굴의 반쯤을 가리는 부채를 소리 나게 펼치며 말했다. 낮밤 할 것 없이 매일 저잣거리를 쏘다니던 꼬마들은 이야기꾼의 등장을 누구보다 빨리 눈치 챘다. 뙤약볕 아래에서 찡그리고 있던 아이들의 표정에 화색이 돌았다. “우아, ...
황제의 자리에 오른 지 이제 갓 1년을 넘긴 쿠로오 테츠로는 그가 앉은 자리의 무게에 비해선 꽤나 온화한 미소를 가진 사내였다. 그 미소엔 여유와 기품이 넘쳐, 그렇지 않아도 늠름한 그의 풍채에 더욱 힘을 실어주었다. 스물한 살. 젊고 패기 있는 황제의 통치 아래에서 나라는 평화로웠다. 입고 먹을 걱정이 없어진 백성들은 자연히 흥밋거리를 찾기 시작했고, 저...
상당히 이른 아침이었다. 해가 겨우 떠오르기 시작한 시각, 본부 대회의실에 요원들이 전부 모였다. 길게 마주한 회의 테이블에 둘러앉은 이들은 상관이 오기를 기다리며 이른 아침의 수다를 즐기고 있었다. “켄마 선배, 괜찮으세요?” 반쯤 수면 상태인 켄마의 얼굴을 보며 걱정스러운 듯 물어오는 사람은 네코마의 팀원 중 한 명인 시바야마 유우키였다. 그는 세심한 ...
* 배경이 되는 곳은 일본이 아닌 가상의 국가입니다. 이제는 ‘타겟 X’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름이 붙은 그 섬은, 폐쇄되기 전까진 본래 관광객으로 북적이던 아름다운 곳이었다. 새벽이면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고기를 팔러 나온 어민들로 시장이 시끌 거렸고 내륙 쪽에는 아름다운 자연 경관이 가득했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쿠로오는 나중에 휴가가 나면 그 섬에 ...
짝, 하는 소리와 함께 켄마의 양 손바닥이 제 뺨에 부딪혔다. 오전 10시의 햇살이 방 가녘에서부터 켄마의 머리 끝자락까지를 비추고 있었다. 이제야 확인한 휴대전화 화면에는 어젯밤과 한 시간 전에 온 두 통의 메시지가 띄워져 있었다. [답장 없는 거 보니 자나보네. 잘 자요.] [일어났어요? 오늘도 시험 있다며. 혹시나 늦잠 잘까봐서요.] “역시…꿈은 아니...
“앞으로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켄마 씨.” “뭐냐고 대체….” 켄마는 뿌리 염색이 안 된 제 머리를 한 움큼 움켜쥐며 시험지를 노려보았다. 마지막 공란만 채우면 이 과목 시험은 끝이었다. 골똘히 생각하던 차에 시험지 여백 위로 쿠로오 테츠로의 얼굴이 일렁였다. 카페에 방문한지 이틀이 지났다. 그러나 친하게 지내자며 미소 짓던 그의 음성만큼은 여전히 귀...
도쿄 N대학 근처 한 카페의 아르바이트바생이 미남이라는 사실은 꽤 유명했다. 키도 큰데다가 체격도 좋아 운동선수 출신이라는 얘기도 돌았다. 사회생활 꽤나 해본 모양인지 붙임성까지 좋아서 남녀 가리지 않고 카페 손님을 끌어 모으는 데에 제대로 한 몫 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아, 선배애. 거 좀 같이 가줘요. 우리 학교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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